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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역의 마술사' 이진영 번역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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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에는 영화계 안팎에서 활약하는 '영화人 인터뷰'가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이 코너는 유명한 감독이나 배우를 위한 자리가 아닌 영화 한 편을 성공시키기 위해 스크린 뒤에서 땀을 흘리는 영화인들을 위한 자리입니다. '영화'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살아가는 이시대 열혈 영화인 이야기를 지금부터 공개합니다. <편집자주>
개봉 첫 주 보다 관객이 몰리며 꾸준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의 관람평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다른 영화와 다른 맛깔스런 자막이 배우들의 호감도를 상승시켰다는 것. 여성관객들의 경우 할리우드 미남 스타들에 비해 평범하기 그지없는 남자배우가 멋있게 보이는 건 자막의 힘이 크다는 '동감의 글'이 줄을 이었다.
'제2의 창작'이라 불리는 번역은 단순히 직역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섭렵해야 하는 수준에 이른지 오래다. 수많은 번역가 중 '의역의 마술사'라 불리는 이진영 작가는 감칠맛 나는 대사를 구사하기로 유명하다. '레터스 투 줄리엣'도 그의 작품이다.
"번역가도 배우가 돼 연기를 해봐야 대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이 영화의 경우 남자배우가 '까칠남'에서 '로맨스 가이'로 변신하는데, 남자로 살아보지 않아 힘들긴 하더라(웃음). 연애했던 기억을 살리면서 밀고당기는 연애 장면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이 작가의 데뷔는 한편의 코미디를 방불케한다. 모 대사관에 근무하다가 당시 민감한 정치사안을 건드려 해고당한 후 막무가내로 배우이자 번역가로 활동 중인 조상구씨를 찾아가 배움의 길에 접어들었다. 그러다 한 직배사팀장이 "원래 하기로 했던 작가가 전화를 안 받아서 당신에게 연락했다"는 솔직서늘한 발언을 통해 '007언리미티드'(1999년)를 통해 데뷔했다. 그 때문에 화장실 갈 때도 전화기를 들고 가는 직업병에 시달린다고.
"작품당 대사가 1200개 정도, 심하면 2천개가 넘는 경우도 있다. 한 편당 5일 정도의 시간이 걸리지만 문화적인 코드, 어순, 언어와 문화의 관계 등을 우리 정서에 맞게 잘 풀어내야 하는 점이 가장 힘들다. 늘 다른 소재 주제를 다뤄야 하기에 새롭고 흥분되지만, 그 다양함 때문에 산도 넘고 물도 건너가야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진짜 산도 넘고 물도 건넜다. '사랑은 타이밍(Russian Dolls)'를 번역하고 매료된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의 네바 강을 무작정 찾아가기도 했고, 쿠스트리차 감독의 '인생은 기적처럼'을 보고 주변 사람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내전 중인 발칸 반도를 찾았다. "'스파이 게임'과 '로드 오브 워'에서 포화 속의 도시로 나오는 베이루트에서는 택시 바가지 요금에 항의하면서 '내가 너희 나라 왜 왔는지 알아? 이런이런 영화 번역하고 감동받아 왔는데 정말 실망이다'고 고함을 친 경우도 있었다."
번역가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단순히 기술이 아닌 인생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잊지말라는 충고도 잊지 않았다. "12년째 이 일을 하면서 뒤돌아보면 내가 번역한 건 그들의 인생이 담긴 영화가 아니라, 바로 내 자신의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번역가로 살면서 '사람'을 이해하고, 개연성을 전제로 삶을 바라보게 됐다. 아인슈타인은 '천재성이야말로 호기심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우리말 순발력 , 체력 ,분석력 ,지구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주저말고 도전하시길!" 이희승 기자 cool@clubcit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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